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2021. 9. 6. 00:37일요 독후감

+ 여자에게 예쁘다는 말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는 여자아이들에게 예쁘다는 말을 잘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옷이나 악세사리가 예쁘다면 잘 어울린다는 말을 쓰려고 노력한다.

나도 입에 붙어있는 말이라 여자아이들에게만 쓰지 않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성차별성 발언이고 그것을 고착화시키는 말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말 자체가 나빠 쓰지 말자기보다 전체 성별에게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1. 남여할당제 어떻게 생각하나요

내가 아는 것은 교대 입학에서 성비가 정해져 있는 것이었는데

정말 차별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시험을 보고 성적순으로 입학을 하는 건데 점수가 낮지만 남자이기 때문에 합격할 수 있다는 케이스는 명백한 차별인 것 같다.

최근 들어 점점 없어지는 추세라 사회가 많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그 외에도 군인이나 경찰, 소방관 등의 시험을 볼 때

여자의 체력검사 통과 기준이 따로 있다는 것도 차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신체적인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나 국가안보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너무 차이나는 기준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공통 기준도 둘 다 통과가 가능한 수준의 기준일 것이다 라는 의견이 있었다.

너무 한쪽의 성별에 고착화되어 진입장벽이 높은 직업군의 경우는 지금은 과도기의 단계라 할당제를 사용하여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결국은 평등을 위해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험 성적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은 할당제가 필요 없지만 그 후에 업무에 따라 나누는 것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2. 남자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오히려 남자들도 페미니즘을 공부해야 더 나은 사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잘 모르니까 배워야죠 라는 말을 하는 작가가 멋져 보였다.

무지를 인지하고 공부하려는 깨어있음이 멋져 보였다.

여자들 중에서도 페미니즘을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페미니즘이 바로 휴머니즘이라는 말에 공감이 됐다.

 

♥20210905 열 번째 독서모임

처음 읽은 페미니즘 책이었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공감하는 말들이 정말 많았고 남과 여를, 여와 남을 비교하여 쉽게 설명해주는 문장들이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 했다.

엄마의 희생에 대한 부분은 너무나 공감이 가서 눈물이 흐르기도 했었다.

 

나는 대학교부터 지금까지 여초의 끝판왕인 집단에 몸을 담고 있어

직접적으로 남자에게 차별을 당한 경험이 거의 없는 편이다.

(이것이 좋은 건지 아닌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불편했던 경험이라면 많이 있는 것 같다.

 

대학교 때 공대에 다니는 여자 친구들이 술자리에 남자들이 있으면 별의별 사건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며

내가 부럽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었다.

 한 잔만 마시고 잽싸게 일어나는 건 자유지만, 옆에 있으면 성희롱, 옆에 없으면 안줏거리이니 도긴개긴이다.

최근에 선생님들끼리 조리실에서 요리수업 준비를 위해 재료 손질을 하고 있었는데

평소 정말 존경하는 선생님이 와서 보시더니 매달 이러고 있으니 신부수업 따로 안 해도 되겠다며 웃고 가셨다.

다른 선생님들도 같이 웃었지만 나는 불편함을 느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제사를 지내는 큰 집의 첫째 딸이라 나는 자연스럽게 엄마를 도와 부엌일을 했었고

우리 집은 여동생과 나뿐이라 할아버지는 대가 끊겼다는 말을 우리 앞에서 서슴없이 하셨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부엌일을 했던지라 남자들은 일을 안 하고 엄마와 나만 부엌일을 하는 게 이상하다고 인지하지도 못했었다. 인지하게 된 것도 겨우 몇 년 전이었다.

운 좋게 우리 집이 재개발로 이사를 가게 되는 시기에 여러 이유로 제사를 지내지 말자는 결정이 있었고

나는 만세를 외쳤다.

엄마는 부당함을 알면서도 순응하는 건지 부당 함조 차 모르는 건지 답답했고

아빠는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나조차 일하는 것 또한 당연하게 여기며

일을 잘해야 나중에 예쁨 받는다, 자기는 놀고 있으면서 나보고 빨리 엄마 도와줘라, 아들이 없어서 외롭다 등등 어이없는 소리를 해대니 

내 안의 폭력성이 꿈틀댔고 아빠가 미울 수밖에 없었다.

여자만 일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지한 후부터는

아빠에게 말했지만 모두가 듣도록 "일하는 사람 따로 있고 먹는 사람 따로 있네"라는 말을 크게 자주 했다.

다행히도 제사가 사라져 안 쓸 수 있었지만

외가댁에서 이모네 가족과 식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제사가 아니라 그냥 한 달마다 만나는 식사자리인데도

남자 사촌들은 부엌으로 오는 일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밥을 차려주고 먹으라고 반찬을 밥 위에 얹어줘야 식사를 했다.

명절이면 여자 사촌들은 주방으로 발을 옮기고 남자 사촌들은 텔레비전 앞에 몸을 누인다. 사회적 학습의 결과물일 그 풍경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때로 유전자에 새겨진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나는 상을 치우고 과일까지 깎아야 내 일이 끝났다.

엄마는 장보기부터 10인분의 설거지까지 했다.

외가댁에 갈 때 큰 장바구니 두 개에 요리 재료를 가득 담아 가는 건 아주 흔한 풍경이다.

엄마는 힘들다고 말하기는커녕 오히려 요리하는 게 좋다는 말을 할 때도 있었다.

속없는 엄마가 미울 때도 있었다.

 

그런 맥락으로 제사를 지내지 않는 기독교 집안으로 시집갈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시집을 간다는 말 자체도 이젠 불편해졌지만

제사를 지내지 않을 뿐 식사를 할 때 따로 앉아 식사한다는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론 집마다 다르겠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결혼이 두려워지는 생각은 분명히 든다.

 

내가 교사로서 막중한 위치에 있음을 새삼 또 인지했다.

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지 두려울 때가 종종 있다.

소꿉놀이에 빠진 아이들이 퇴근하는 남편과 밥 차리는 아내를 연기하지 않도록.
'여자라서' '남자라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원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탐색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함께 이 길을 걸어주면 좋겠다.

어느 한쪽에서 요구할게 아니라 모두가 노력하여 바뀌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오늘도 독서모임 하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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